건강검진 결과지에 공복혈당이 100 이상으로 나온다면 생활습관이나 내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밤새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길레 혈당이 높게 유지되는지 알아보고, 공복혈당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몸에서 밤새 무슨 일이? 새벽현상
새벽 현상(Dawn Phenomenon)은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는 새벽 3시에서 아침 8시 사이,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분비하는 호르몬 때문에 혈당이 오르는 생리적인 현상입니다.
우리 몸은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코르티솔, 성장호르몬, 글루카곤 같은 호르몬들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들은 간에 저장된 포도당을 혈액으로 내보내고,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건강한 사람이든, 혈당 문제가 있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입니다.
공복 혈당이 높다면, 내 몸은 이런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새벽에 혈당이 올라도 췌장에서 즉시 인슐린을 충분히 분비해 혈당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하지만 아침 공복 혈당이 높게 나타나는 당신의 몸은 이 ‘자동 혈당 조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 1: 인슐린 저항성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우리 몸의 세포 속으로 들여보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열쇠’와 같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이 ‘열쇠’의 기능이 떨어져 세포의 ‘자물쇠’가 잘 열리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 당뇨병 전단계나 제2형 당뇨병 초기: 몸에서는 인슐린을 만들고 있지만, 세포들이 인슐린에 둔감해져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평소에는 어찌어찌 혈당을 조절하다가도, 새벽에 호르몬이 대량 분비되어 혈당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인슐린의 힘이 부족해져 결국 고혈당 상태로 아침을 맞게 됩니다. 즉, 아침 공복 고혈당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일 수 있습니다.
문제 2: 인슐린 분비 능력 저하
인슐린 저항성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지치거나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 자체가 부족해집니다.
- 진행된 제2형 당뇨병: ‘열쇠’의 성능도 문제지만, 이제는 ‘열쇠 공장(췌장)’의 생산 능력 자체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새벽의 혈당 상승에 대응할 만큼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 제1형 당뇨병: 췌장에서 인슐린을 거의 또는 전혀 생산하지 못하므로, 외부에서 주입하는 인슐린 용량이 새벽의 호르몬 공격을 방어하기에 부족할 경우 공복 혈당이 높게 나타납니다.
결론적으로, 아침 공복 혈당이 높다는 것은 내 몸이 혈당을 낮추는 능력, 즉 인슐린 시스템에 결함이 생겼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방치된 아침 고혈당, 어떤 위험을 초래할까요?
“아침에만 잠깐 높은 건데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위험합니다. 아침 고혈당을 방치하면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하루 전체의 혈당 관리 실패: 높은 혈당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아침 식사 후 혈당은 더욱 치솟게 됩니다. 이는 하루 종일 혈당의 변동 폭을 크게 만들어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 혈관 손상 및 당뇨 합병증 가속화: 높은 공복 혈당이 매일 반복된다는 것은, 우리 몸의 혈관이 잠자는 시간 내내 끈적한 설탕물에 절여져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혈관 내벽을 손상시켜 **망막병증(실명 위험), 신장병증(투석 위험), 신경병증(족부궤양 위험)**과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은 물론,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혹시 소모기 현상은 아닐까요?
아침 고혈당의 원인으로 드물게 ‘소모기 현상(Somogyi Effect)’이 있습니다. 이는 새벽 현상과 원인이 정반대이므로 반드시 구별해야 합니다.
- 소모기 현상: 야간 저혈당(혈당이 너무 낮은 상태)에 대한 우리 몸의 방어 작용으로, 반동성 고혈당이 아침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주로 인슐린 주사나 혈당강하제 용량이 과다할 때 발생합니다.
- 구분법: 새벽 2~3시에 혈당을 측정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이때 혈당이 정상이거나 높으면 ‘새벽 현상’, 반대로 낮으면(70mg/dL 미만) ‘소모기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모기 현상은 약물 용량을 줄여야 하고, 새벽 현상은 생활 습관 개선이나 약물 조정이 필요하므로 정확한 구분이 필수입니다.
공복혈당 낮추는 방법
새벽 현상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확인했다면, 이제 적극적으로 응답할 차례입니다.
1. 저녁 식사와 간식을 스마트하게: 저녁에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제한하기보다 혈당지수가 낮은 복합 탄수화물(현미, 통곡물빵 등)을 적정량 섭취하세요. 취침 1~2시간 전,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이 포함된 소량의 간식(그릭요거트, 아몬드 한 줌)은 밤새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저녁 식후 꾸준한 운동: 식후 30분 뒤 20~30분간의 가벼운 걷기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3. 양질의 수면은 필수: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새벽 현상을 악화시킵니다. 매일 7~8시간의 규칙적이고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아침 공복 운동: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고 15분 정도 실내 자전거를 타거나 스트레칭을 해보세요. 밤새 쌓인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소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공복혈당의 원인과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 개선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침 공복 고혈당은 내 몸의 인슐린 시스템이 보내는 구조 신호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복혈당이 높다면 적극적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 습관 개선으로 조절이 어렵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복용 약물의 종류, 용량, 시간을 조정하거나, 개인의 상태에 맞는 치료 방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