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오랫동안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라는 절대 강자가 군림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베이스의 전통 강자 오라클이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racle Cloud Infrastructure, OCI)를 앞세워 무서운 기세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특히 AI 시대가 도래하며 OCI의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AWS와 OCI를 성능, 가격, 주요 서비스, 그리고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관점에서 비교해보고 이를 토대로 투자 전망에 대해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격: ‘가성비’ vs ‘다양한 옵션’
클라우드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단연 비용입니다. 이 지점에서 OCI와 AWS는 뚜렷한 전략적 차이를 보입니다.
오라클 OCI는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저렴한 가격’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웁니다.
- 글로벌 단일 요금제: 전 세계 어느 리전(Region)에서 사용하든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여,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에게 비용 예측성을 높여줍니다. 브라질이나 런던 등 특정 지역에서 요금이 비싸지는 AWS와 대조적입니다.
- 저렴한 네트워크 비용: 특히 OCI의 강점은 데이터 전송(Egress) 비용입니다. 매월 10TB의 무료 데이터 전송을 제공하며, 초과 시 요금도 AWS 대비 현저히 저렴합니다. 대규모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해야 하는 서비스(예: 영상 스트리밍, 대용량 데이터 분석)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 컴퓨팅 및 스토리지: 동급의 가상머신(VM)과 블록 스토리지 성능을 기준으로 했을 때, OCI가 AWS보다 최대 50% 이상 저렴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AWS는 ‘다양한 할인 옵션과 유연성’으로 승부합니다.
- 다채로운 요금 모델: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는 온디맨드(On-demand) 방식 외에도, 1년 또는 3년 약정을 통해 최대 70% 이상 할인받는 Savings Plans, Reserved Instances, 그리고 유휴 컴퓨팅 자원을 경매 방식으로 저렴하게 사용하는 스팟 인스턴스(Spot Instances)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 성숙한 생태계: 방대한 서비스 포트폴리오와 서드파티 솔루션 생태계를 통해 비용 최적화 도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약정 없이 즉각적인 비용 절감과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면 OCI가, 장기적인 사용 계획과 워크로드 특성에 맞춰 능동적으로 비용을 최적화하고 싶다면 AWS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성능: ‘엔터프라이즈 워크로드’ vs ‘범용성’
OCI는 후발주자로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성능’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기존 온프레미스(On-premise) 환경에서 고성능을 요구하던 엔터프라이즈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아키텍처를 자랑합니다.
OCI의 성능 핵심은 ‘2세대 클라우드 아키텍처’입니다.
- 오버헤드 없는 네트워크: 네트워크 가상화 기능을 물리 서버에서 분리하여, 사용자가 컴퓨팅 자원의 성능을 손실 없이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고성능 컴퓨팅(HPC), AI 모델 훈련,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처리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 베어메탈(Bare Metal) 서버: 가상화 계층 없이 물리 서버 전체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베어메탈 옵션을 제공하여, 최고의 성능과 격리성을 보장합니다. 이는 라이선스 제약이 있거나 최고의 성능을 요구하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같은 워크로드에 이상적입니다.
- 고성능 스토리지: NVMe SSD를 기반으로 한 로컬 스토리지와 블록 볼륨은 매우 낮은 지연 시간과 높은 IOPS(초당 입출력 횟수)를 제공하여, 데이터베이스나 데이터 분석 워크로드의 병목 현상을 해결합니다.
AWS는 ‘방대한 인프라와 검증된 안정성’이 최대 강점입니다.
- 글로벌 최대 규모: 전 세계에 가장 많은 리전과 엣지 로케이션을 보유하고 있어, 사용자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인스턴스 유형: 범용, 컴퓨팅 최적화, 메모리 최적화, 스토리지 최적화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워크로드에 맞춰진 수백 가지의 인스턴스 유형을 제공하여 유연성이 높습니다.
- Nitro 시스템: AWS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긴밀하게 통합한 Nitro 시스템을 통해 성능 오버헤드를 줄이고 보안을 강화하며 OCI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HPC, AI 훈련 등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고성능이 필수적인 특정 워크로드에서는 OCI가 우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 다양한 종류의 워크로드를 운영하며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AWS의 방대한 인프라와 유연성이 더 매력적입니다.
서비스: ‘깊이’ vs ‘넓이’
서비스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AWS가 명실상부한 시장 1위입니다.
AWS는 ‘세상의 모든 서비스를 담은 백화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컴퓨팅,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킹과 같은 기본 인프라 서비스(IaaS)는 물론, 머신러닝(SageMaker), 사물 인터넷(IoT), 블록체인, 위성 데이터 처리(Ground Station)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IT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광범위한 서비스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프로토타이핑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OCI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합니다. 특히 자사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합니다.
- 데이터베이스: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Autonomous Database)’는 패치, 튜닝, 백업 등 관리 작업을 자동화하여 DBA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OCI의 킬러 서비스입니다. 온프레미스에서 오라클 DB를 사용하던 기업에게는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마이그레이션 대상입니다.
-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Oracle E-Business Suite(EBS), PeopleSoft, JD Edwards 등 오라클의 핵심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AI 인프라: 최근 OpenAI와의 대규모 계약에서 볼 수 있듯, 고성능 컴퓨팅과 저지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거대 AI 모델 훈련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제공하며 AI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조합하여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나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에게는 AWS의 넓은 생태계가 유리합니다. 반면, 기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고려하거나, AI/HPC와 같은 특정 고성능 워크로드에 집중하는 기업에게는 OCI의 깊이 있는 전문성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것입니다.
AI 분야 미래 전망
2025년 현재,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가장 큰 변수는 단연 AI입니다. 거대언어모델(LLM)의 훈련과 추론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며, 이는 클라우드 제공사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이자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OCI와 AWS는 서로 다른 전략적 경로를 그리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OCI: AI 모델 훈련을 위한 ‘최고의 곡괭이와 삽’
오라클의 AI 전략은 명확합니다. AI 애플리케이션이나 모델을 직접 만들기보다,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인프라(IaaS)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마치 골드러시 시대에 금을 캐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곡괭이와 삽을 파는 전략과 같습니다.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 폭발적인 수주 잔고: 최근 오라클이 발표한 회계연도 2026년 1분기 실적은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AI 기업들의 대규모 계약이 몰리면서 클라우드 관련 수주 잔고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향후 몇 년간 오라클의 AI 인프라 매출이 보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 고성능 인프라의 가치 입증: OpenAI를 비롯한 주요 AI 모델 개발사들이 OCI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OCI의 고성능 베어메탈 서버와 저지연 RDMA 클러스터 네트워크는 수천 개의 GPU를 묶어 거대 모델을 훈련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가상머신 제공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AI 슈퍼컴퓨터를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하는 OCI의 독보적인 역량을 보여줍니다.
- 개방적 파트너십: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을 OCI에서 제공하는 등,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AI 모델을 자사의 인프라 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방적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AWS: AI 개발의 모든 것을 담은 ‘원스톱 플랫폼 제국’
반면, AWS는 단순한 인프라 제공을 넘어 AI 개발에 필요한 모든 도구와 서비스를 망라하는 ‘원스톱 AI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인프라부터 모델, 개발 도구, 애플리케이션까지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입니다.
- 모델 선택의 자유, Amazon Bedrock: AWS는 자체 개발한 ‘타이탄(Titan)’ 모델뿐만 아니라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메타(Meta)의 ‘라마(Llama)’ 등 업계 최고의 파운데이션 모델(FM)들을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 서비스를 통해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특정 모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비즈니스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유연하게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개발자 친화적 생태계: 기존의 강력한 머신러닝 플랫폼인 세이지메이커(SageMaker)에 더해, 최근에는 벡터 데이터베이스, AI 에이전트 개발 도구(AgentCore)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개발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엔터프라이즈 AI 비서, Amazon Q: AWS는 자사의 서비스와 기업 내부 데이터를 학습하여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는 AI 비서 ‘Amazon Q’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는 AI를 인프라를 넘어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AWS의 야심을 보여줍니다.
미래 AI 시장에서 OCI는 소수의 거대 AI 모델을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들을 위한 고성능 ‘엔진룸’ 역할을, AWS는 다수의 기업과 개발자들이 그 엔진을 활용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종합 백화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 전망
클라우드와 AI 시장의 격돌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AWS(아마존)와 OCI(오라클), 두 기업의 전략적 차이는 투자자들에게 각기 다른 기회와 리스크를 의미합니다. 투자 성향에 따라 매력적인 대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OCI (오라클): 고성장과 명확한 모멘텀에 투자한다면
오라클에 대한 투자는 ‘AI 인프라’라는 명확하고 강력한 성장 엔진에 집중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 ‘레거시 데이터베이스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공급자로 완벽하게 변신하면서, 시장의 재평가가 가파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투자 매력도 (Upside):
- 가시성 높은 성장: 천문학적인 규모로 급증한 수주 잔고(RPO)는 향후 몇 년간의 클라우드 매출이 이미 확보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실적 예측의 가시성을 높여주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 높은 이익률: OCI는 고성능 컴퓨팅과 같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인프라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범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보다 높은 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 거대 AI 모델 훈련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입니다. 이 시장의 성장에 대한 가장 순수한 수혜주(Pure-play) 중 하나로 꼽히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 리스크 요인 (Risk):
- 집중된 리스크: 성장의 대부분이 소수의 거대 AI 기업들과의 계약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 핵심 고객의 전략 변화나 계약 이탈 시 실적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 있습니다.
- 높아진 밸류에이션: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AI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되었습니다. 향후 기대만큼의 성장률을 계속해서 보여주지 못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AWS (아마존): 시장 지배력과 다각화된 안정성에 투자한다면
AWS에 대한 투자는 클라우드 시장 전체의 성장에 베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AI는 AWS의 수많은 성장 동력 중 하나이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오는 안정성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 투자 매력도 (Upside):
- 흔들림 없는 시장 지배력: AWS는 여전히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입니다. 방대한 고객 기반은 AI 서비스(Bedrock, Amazon Q 등)를 교차 판매(Cross-selling)할 수 있는 강력한 해자(Moat) 역할을 합니다.
- 다각화된 AI 전략: 인프라뿐만 아니라 AI 모델, 개발 플랫폼, 엔터프라이즈용 AI 비서까지 생태계 전반에 걸친 투자는 한 분야의 부진을 다른 분야가 만회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듭니다.
- 아마존 생태계와의 시너지: AWS는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광고 사업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AI 기술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 리스크 요인 (Risk):
- 둔화된 성장률: 기업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오라클처럼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습니다.
- 치열한 경쟁: 클라우드 시장의 모든 영역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전방위적인 경쟁에 직면해 있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요구됩니다.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오라클의 OCI와 아마존의 AWS를 비교 분석해보았습니다.
정리해보면 오라클(OCI)은 고위험 고수익(High-Risk, High-Return) 성향의 성장주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AI 인프라라는 명확한 테마를 바탕으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기대하며, 단기적인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합니다.
아마존(AWS)은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우량주 투자자에게 더 적합합니다. 클라우드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핵심 자산으로 편입하기 좋은 선택지라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