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때, 학부모의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대응은 문제 해결의 핵심 요소입니다. 감정적 대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자녀에게 추가적인 심리적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초기 대응부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준비, 그리고 법적 절차에 이르기까지 학부모가 취해야 할 조치들을 단계별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초기 대응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자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 객관적 사실 경청: 자녀를 추궁하거나 탓하는 발언은 지양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피해 사실을 경청합니다. 이 과정의 목표는 감정적 위로를 넘어, 향후 대응에 필요한 기초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 학부모의 침착한 태도 유지: 학부모의 감정적 동요는 자녀의 심리적 위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문제 해결 의지를 명확히 전달하여 자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야 합니다.
- 책임 소재 명확화: 폭력의 책임은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인지시키고, 자녀가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지합니다.
증거 자료 확보
모든 공식적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 피해 사실 진술서 작성: 자녀의 진술을 바탕으로 육하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에 따라 피해 사실을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문서로 정리합니다.
- 의료 기록 확보:
- 상해진단서: 신체적 폭력이 있었다면 즉시 병원(정형외과, 외과 등)을 방문하여 진단서를 발급받습니다. 상처 부위는 날짜가 나오도록 사진으로 촬영하여 기록합니다.
- 정신건강의학과 기록: 자녀가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진료확인서, 소견서, 진단서 등을 확보합니다. 이는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 디지털 증거 수집: SNS,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등은 발신자, 수신자, 발신 일시가 명확히 식별되도록 전체 화면을 캡처하여 저장합니다.
- 기타 물증: 파손된 물품, 빼앗긴 금품 내역(계좌이체 기록 등)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상황을 목격한 제3자(친구 등)가 있다면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사실확인서나 진술서를 확보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학교 측과 공식 절차 진행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1차적 기관입니다. 다음과 같은 절차로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서면을 통한 공식 접수: 담임교사에게 구두로 사실을 알린 후, 반드시 ‘학교폭력 사안 신고서’를 서면으로 제출하여 공식적으로 사안을 접수합니다. 구두 신고에만 그칠 경우, 학교 측에서 사안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모든 소통 과정의 기록: 학교 관계자와의 면담, 통화 등 모든 소통 내용은 날짜, 시간, 담당자, 대화 요지를 상세히 기록합니다. 주요 요청 사항은 내용증명이나 이메일 등 기록이 남는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법적 분쟁 시 유리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준비 및 대응
학폭위는 사안을 심의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를 결정하는 기구입니다.
- 법률 전문가의 조력: 사안이 중대하거나 법리적 쟁점이 예상될 경우, 초기 단계부터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변호사는 증거 분석, 의견서 작성, 학폭위 동석 등 전 과정에서 전문적인 조력을 제공합니다.
- 보호자 의견서의 체계적 작성: 학폭위에 제출하는 보호자 의견서에는 ▲피해 사실의 일목요연한 정리 ▲확보한 증거 자료 목록 ▲가해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요구사항(예: 1호 서면사과, 5호 특별교육, 8호 전학) ▲피해 학생을 위한 보호 조치 요구사항(예: 심리상담 지원, 치료비 지원, 접촉금지)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 불복 절차 인지: 학폭위 결정에 이의가 있을 시,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재심, 90일 이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적 대응 절차 진행
학폭위의 조치가 불충분하거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을 때 다음 절차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형사 고소
- 목적: 가해 학생의 행위(폭행, 상해, 협박, 명예훼손 등)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묻는 절차입니다.
- 절차: 수집한 증거자료를 첨부하여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합니다. 학폭위와는 별개의 절차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처벌 대신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됩니다.
- 민사 소송
- 목적: 학교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물질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 청구 대상:
- 가해 학생 및 보호자: 가해 학생의 불법행위 책임과 보호자의 감독의무 위반 책임(민법 제755조)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 학교 법인 및 교직원: 학교 측의 보호감독의무 위반(민법 제756조)이 인정될 경우, 학교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청구 항목: 치료비, 상담비 등 적극적 손해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합니다.
마치며
학교폭력 사안은 감정적 대응보다 체계적이고 절차에 입각한 대응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학부모님은 각 단계별로 필요한 조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자녀의 권리 보호와 심리적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여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사안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