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 시세는 역사상 최고점을 경신하며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변화와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금의 가치 상승을 이해하는 것은 글로벌 자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 값의 상승 이유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금값 상승의 이유들
금 시세 상승을 이끄는 동력으로 흔히 알려진 세 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역사적으로 달러와 금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리면 달러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투자자들은 기축 통화인 달러의 약세에 대비하기 위해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의 비중을 늘립니다.
2.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 불안정성
전쟁이나 국제 정세의 불안이 심화될수록 특정 국가의 화폐 가치는 언제든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집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투자자들을 국경 없는 자산, 금으로 이끄는 강력한 촉매제가 됩니다.
3. 중앙은행들의 조용한 금 쇼핑
최근 몇 년간 중국을 필두로 한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막대한 양의 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준비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로, 개인 투자(13%)나 산업용(15%)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이는 금 가격의 하단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금값 상승의 ‘숨겨진’ 이유들과 향후 전망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금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금은 금융자산 이전에 ‘재화(Commodity)’다
우리는 금을 HTS나 MTS 화면 속 숫자로 인식하지만, 금은 땅속 깊은 곳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캐내야 하는 실물 ‘재화’입니다. 금광 탐사, 채굴, 정제, 운송에 필요한 인건비, 원자재, 유류비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급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이 모든 비용이 최종 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금은 소비되기보다 ‘보유(Keeping)’되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생산 및 보관 비용의 상승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2. ‘달러’에 반격하는 브릭스(BRICS)의 야망
금 가격 상승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바로 브릭스(BRICS) 국가들의 탈달러 움직임입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를 중심으로 한 이들 국가는 미국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통화 체계(브릭스 페이 등)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화폐가 국제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금’과의 연동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미국의 금 보유량은 압도적인 8,000톤에 달하는 반면, 중국(2,000톤 이상), 인도(800톤) 등 브릭스 주요국의 보유량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통화 체계를 뒷받침할 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금 시장의 ‘블랙홀’이 되어 금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브릭스가 설립한 신개발은행(NDB)이 IMF와 같은 국제기구로 성장하려면 결국 금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는 앞으로 금을 사들여야 할 거대 주체가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이며, 잠재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3. 공급은 막혔고, 시장은 얕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늘면 공급이 따라오지만, 금 시장은 다릅니다.
- 절대적인 희소성: 지구상 채굴 가능한 금의 80%는 이미 채굴되었고, 전문가들은 금 채굴량이 2025년을 정점으로 감소해 20~30년 내에 고갈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 잠겨버린 유통 시장: 더 큰 문제는, 유사 이래 채굴된 금의 대부분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 부호, 일반 투자자들은 금을 ‘사고파는’ 투자 자산이 아니라 ‘영원히 보유할’ 안전 자산으로 여깁니다. 가격이 올라도 “보관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팔지 않기 때문에, 실제 유통되는 시장은 ‘얕은 시장(Shallow Market)’이 됩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작은 수요 증가에도 가격이 폭등하기 쉽습니다.
왜 금은 ‘최종’ 안전자산인가?
그렇다면 왜 수많은 자산 중 금이 ‘최후의 보루’로 여겨질까요?
1. 화폐 가치 하락의 완벽한 대체재
워런 버핏은 “금은 이자나 배당을 낳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금 가격의 변동이 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달러를 포함한 법정 화폐의 가치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전 세계 정부는 연금, 복지 등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돈을 더 찍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며, 실물 자산인 금의 가치를 끌어올립니다.
2. 디지털 리스크와 국가 통제로부터의 자유
우리의 자산 대부분은 이제 은행 서버에 기록된 디지털 숫자에 불과합니다. 이는 해킹, 금융 시스템 마비, 테러 등 디지털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금은 만질 수 있는 실물 자산으로서 이러한 디지털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또한, 정부의 해외 송금 통제나 자금 추적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고 싶을 때, 금은 국가의 공권력을 넘어 개인의 부를 지켜주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현재 우리는 국가 부채와 인플레이션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은 단순한 귀금속을 넘어 포트폴리오의 붕괴를 막아줄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