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산업 25년만에 쇼티지 시대, 왜 지금이 투자 적기인가?

정유산업 쇼티지

현재 글로벌 정유 산업은 구조적인 공급 부족(쇼티지)이라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상황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데, 이는 향후 5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유 산업의 현황을 투자 관점에서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적 최저치 재고와 미국의 공급 제약

현재 미국의 석유 제품 재고는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석유 제품이라 함은 항공유, 휘발유, 등경유 등을 포함하는데, 재고가 이토록 낮은 상황은 심각한 공급 압박을 시사합니다. 재고를 늘리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합니다. 미국의 정유 설비는 이미 풀가동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는 지난 몇 년간 설비 폐쇄가 계속 이루어져 왔으며, 2030년까지 정제 설비 증설 계획이 전혀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장을 짓는 데 최소 4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3~4년간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는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재고는 25년 내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유가 하방 지지 구조와 트럼프 정책 영향

유가 역시 구조적인 하방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10년 넘게 이어진 셰일 붐의 끝에 도달했으며, 올해 12월경 피크를 찍은 후 내년부터는 생산량이 감소 사이클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는 유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언더로 떨어질 경우, 미국 내 신규 유정(셰일 포함)의 손익분기점(BP)이 60달러 초반대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설비투자(CapEx)를 축소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유가가 즉각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유가는 60달러를 하단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적인 환경 또한 유가 하락을 억제합니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을 선호하며, 트럼프가 원하는 유가는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생산을 줄이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는 WTI 기준 60달러에서 70달러 사이에 유가가 갇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됩니다. 트럼프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촉하여 중동의 감산 완화를 유도하며 유가 급등을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요의 구조적 변화

현재 에너지 시장의 상황은 단순한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을 넘어 ‘에너지 추가(Energy Addition)’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존 화석 연료 외에도 추가적인 에너지원들이 계속 필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정유 제품 수요 중 휘발유는 전기차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휘발유 수요 비중은 전체의 약 2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75%는 등경유(산업용), 항공유, 납사(화학제품 원재료) 등 대체가 어려운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등경유: 디젤은 산업용으로 사용되므로, 산업 경기가 좋을수록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유: 코로나19 이후 비행 수요가 역대급으로 높아지면서 항공유 수요가 매우 좋은 상황입니다. 항공기의 경우 배터리를 달면 무거워서 날 수 없기 때문에 수소나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확산으로 인한 휘발유 수요 감소만 우려하여 설비 증설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나머지 75%의 대체 불가능한 수요가 경기가 올라옴에 따라 커지고 있어 정유업체들에게는 진입자 없는 상황에서 파이가 커지는 구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항공기 급유

정제 마진 강세와 한국 정유 기업의 역할

구조적인 공급 부족 덕분에 미국과 아시아의 정제 마진은 모두 1년 내 최고치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정제 마진이 올라가면 글로벌 정유 산업 전체가 좋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미국 정유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으며, 연초 대비 두 배, 최근 한 달 사이 30% 오른 업체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투자 시에는 원유 생산과 정제를 겸하는 대형사(엑손모빌, 쉐브론 등)보다는 원유를 정제하여 마진을 얻는 정제 전문 회사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국 정유 기업의 수혜: 글로벌 정제 능력 순위에서 한국은 5위(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 다음)를 차지하는 주요 국가입니다. 현재 글로벌 쇼티지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급 부족 해소: 미국이 휘발유 수출을 4년 내 최저치까지 줄이고 있는 반면, 한국의 미국향 석유 제품 수출은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출 포지션 강화: 미국이 한국의 수출 상대국 중 6위에서 올해 3위까지 올라섰으며, 특정 기업(S-Oil 기준)은 미국이 2위 수출 상대국이 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의 쇼티지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아시아 지역의 투자처로 한국 기업들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으며, 실제로 외국인들은 최근 석 달 연속 한국 정유 업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 기업 및 리스크 요인

주요 추천 기업

미국: 마라톤 페트롤리움 (Marathon Petroleum), 필립스 66 (Phillips 66), 발레로 (Valero) 등 시가총액이 큰 정제 전문 업체들을 무차별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한국: S-Oil이 탑픽으로 추천됩니다. S-Oil은 샤인 프로젝트(Shaheen Project)라는 석유화학 설비를 2027년에 상업 가동할 예정인데, 이 시기가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이후와 맞물려 화학 산업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종목입니다.

현재 정유 산업은 물량(Q) 증가와 마진(P) 상승이 동반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라톤 페트롤리움 LA

리스크 요인

1. 경기 침체 및 수요 부진: 유가가 급락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경기 침체입니다.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석유 제품 전반의 수요가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2. 러시아 공급 증가: 현재 드론 타격 등으로 러시아 설비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휘발유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입니다. 만약 전쟁이 끝나거나 설비가 복구되어 러시아에서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공급 측면의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3.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 가속화: 중국 내 전기차 침투율이 빠르게 올라가 휘발유 수요가 예상보다 더 크게 줄어들 경우, 글로벌 정유 산업에 핵심적인 리스크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디젤과 같은 산업용 제품 수요는 중국의 산업 경기에 따라 보완될 여지가 있습니다.

마치며

결론적으로, 현재 정유 산업 사이클은 전기차 리스크(휘발유 수요 감소)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인해 설비 증설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5년 정도의 타이트한 공급 구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 침체라는 매크로 변수만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마진과 물량이 동시에 상승하는 골든 타임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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