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899, 최근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금법 개정안 중 하나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로 ‘One Big Beautiful Bill’에 포함된 섹션 899, 일명 ‘복수세(Revenge Tax)’ 조항입니다.
미국 외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이 조항이 왜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이 예상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섹션 899, 복수세에 대해
‘섹션 899’는 간단히 말해서 미국이 외국 정부의 세제에 맞대응하겠다는 조항입니다.
미국은 특정 국가가 자국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세금을 부과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국가 출신 투자자에게 미국 내 투자로 발생한 이자, 배당, 자본이익 등에 대해 최대 20%의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즉, 미국 내 원천징수세 15%에 20% 추가 세금을 반영한다면 최대 35% 세금을 맞게 되는 것이죠.
이 조항은 ‘복수(revenge)’라는 이름처럼 보복적 성격이 강한데요, 주된 타깃은 유럽의 디지털세, 글로벌 최저세율 제도(GloBE), 혹은 미 기업을 겨냥한 단독 세금 제도 등을 시행하는 국가들입니다.
섹션 899 관련 미국의 속내
이 조치는 미국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중복과세되는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디지털세를 도입했고, OECD가 주도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에서도 미국은 다소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 의회는 이러한 흐름이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국의 투자시장에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종의 대등성 원칙(reciprocity)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죠.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
1. 해외 자본의 이탈 가능성
가장 큰 우려는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자산 회피 현상입니다.
섹션 899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관투자자들은 세금 부담이 커지고, 이는 국채, 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 독일, 캐나다, 한국 등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연기금이나 중앙은행들도 세제 부담에 민감한 투자기관이기 때문에, 일정 비중 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채권금리 상승 압력
외국인의 미국 국채 수요가 줄어들면, 미국 정부는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전체적인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쳐 기업 대출, 소비자 대출에도 부담이 전가됩니다.
3. 환율과 증시에도 영향
외국인 자본이 미국에서 빠져나가면 달러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고, 이는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의 자금이탈은 미국 증시에도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과세 대상 국가
현재 논의 중인 법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가 해당되는지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다음과 같은 국가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디지털세를 도입한 유럽 국가들
- 중국, 인도처럼 외국 기업에 제한적인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국가
- 한국, 일본, 영국은 아직 언급된 바 없지만, 간접적인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한국은 미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매우 큰 국가 중 하나입니다.
특히 국민연금, KIC, 보험사 등이 미국 국채 및 주식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데요, 섹션 899가 실제로 발효된다면 이들 기관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이 미국에 자금을 운용하거나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을 때 이중과세 우려가 생길 수도 있어, 관련 세제 협정이나 외교적 대응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경고
글로벌 금융은 상호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외국 자본 없이는 정부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고, 외국 투자자 역시 미국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섹션 899는 그 균형을 흔드는 조치입니다. “미국이 세금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한 조항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금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정치적 의도, 트럼프식 협상 카드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One Big Beautiful Bill’의 일부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다시 강조하는 조치입니다.
트럼프는 외국 정부들이 미국을 ‘봉’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맞서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즉, 단순한 세금 조항이 아니라, 무역/외교 정책의 수단으로서 세제를 활용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현재 섹션 899는 아직 통과된 법안이 아니라,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 심의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공화당이 상원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빠르게 통과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의 불안은 이런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와 국가들이 미국의 세금 정책 하나에 따라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